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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불법사채 Ah Long에 대해 알아보자

unidesu 2019. 12. 13. 12:30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길거리에서 한 번쯤 아래 사진같은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뭔가 달러 표시가 있고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걸 보아서는 사채 광고같긴 한데 말이죠. 아무튼 정확히 뭔지는 모르는 상태로 살다가, 최근에 Ah Long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출처: malaymail.com

 

Ah Long이란?

Lelong이라는 단어(말레이어로 옥션이라는 뜻)는 많이 들어봤는데, Ah Long은 뭘까? Ah Long이라는 단어는 현지 언론에서 간혹 접하게 되면서 검색해본 단어다. Ah가 붙은걸 보면 Long이라는 사람을 중국식으로 부르는 표현인가? 라고 처음엔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Ah Long은 광동어 大耳窿(큰 귓구멍)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한다. 광동어로 발음하면 따이찌렁이라고 하는데, 중국식 애칭처럼 끝에 글자만 따서 아롱으로 변형된 듯 하다. 대부업법(Moneylender's Act 1951)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불법 사채업자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는 Ah Long이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Loan Shark이라고 한다. 

 

현지 언론에서 Ah Long이라는 단어는 주로 사건사고 기사에서 접하게 된다. Ah Long한테 돈을 빌렸다가 제 때 안 갚아서 집에 찾아와서 해코지를 했다던가... Ah Long한테 시달리다가 자살했다던가... Ah Long 일당들이 경찰한테 체포됐다던가...  

 

말레이시아도 한국처럼 제1금융권, 제2금융권이 있고 제3금융권에 해당하는 대부금융권이 있다. 대부금융권은 정식으로 등록을 하고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며, 법정 최고 금리를 준수한다. 반면, Ah Long은 정식으로 등록도 안 되어 있고 금리도 자기네들 멋대로 설정한다

 

한국처럼 Ah Long도 월변과 일수가 있다. Ah Long들의 세계에서는 "sepuluh-tiga" (스뿔루-띠가/10-3) 또는 "sepuluh-empat" (스뿔루-음빳/10-4)이라는 말이 금리를 뜻하는데, 스뿔루-띠가는 10센트마다 3%의 이자가 적용되고, 스뿔루-음빳은 10센트마다 4%의 이자가 적용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000링깃을 빌린다고 치면, 한 달 동안 빌릴 경우엔 이자를 300링깃 내야 하고, 1년 동안 빌릴 경우엔 이자로 3,600링깃을 내야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선이자라는 명목으로 원금의 약 30%를 떼어가기 때문에, 1,000링깃을 빌린다면 선이자 300링깃을 제하고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700링깃에 불과하다. 등록된 대부업체가 신분증 사본이나 월급명세서 사본을 받아가는 것과는 달리, Ah Long은 돈을 빌려주는 대신 신분증이나 여권 원본, 심지어는 ATM 카드를 담보로 보관한다. 일수는 "hari-hari" (하리-하리/매일) 라고 부르며, 매일 아침마다 Ah Long의 수금업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이자를 거둔다고 한다. 

 

Ah Long과 등록된 대부업체의 차이를 표로 정리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이쯤 되면 이렇게 무지막지한 Ah Long한테 돈을 빌리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해진다. 왜 때문에 사채를 쓰죠? 차라리 대부업체에서 빌리지? 물론 저마다 사연들이야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사채 쓰는 사람들은 사연이 많으니... 아무튼 말레이시아에서는 주로 도박에 빠진 사람들Ah Long한테 간다고 한다. 아니, 무슬림들은 도박하면 안 되는거 아닌가여?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체 인구의 60% 정도만 무슬림이고 나머지는 중국계랑 인도계라서, 이들 비무슬림들은 정식으로 라이센스를 받고 운영되는 곳에서 도박을 해도 된다. 참고로 겐팅하일랜드(Genting Highlands) 카지노, 토토(Toto), 매그넘(Magnum), 다마차이(Damacai) 등은 재무부 라이센스를 받고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곳들이다.

 

물론 도박하는 사람들이 이런데서만 하겠어요? 사람 사는 곳이니 당연히 불법하우스도 있고 불법 온라인도박사이트들도 있고 (한국인들이 운영했다 잡힌 케이스도 있고여) 다양한 곳에서 하겠죠. 그러다보니 돈은 탕진하고, 탕진한 돈 회수하려고 또 도박하고, 신용은 바닥나고, 그러다 Ah Long한테 돈 꾸러 가고... 그런 식이겠죠. 그런데 도박을 해서 돈을 딸 가능성은 낮으니 Ah Long한테 빌린 돈은 못 갚게 되고, 시일 지나면서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망테크 타는거지

 

아무튼 Ah Long한테서 돈을 빌리고 안 갚으면 인생이 엄청나게 힘들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사채업자들이 가장 잘 쓰는 협박 방법은 집이나 차에 빨간 페인트를 끼얹는거라고 한다. 빨간 페인트를 넣은 비닐봉지를 집에다 던져서 빚쟁이라는 낙인을 찍고 망신 주는 식으로 협박을 하며 (분뇨를 끼얹는 경우도 있다함),  화가 좀 많은 사람들은 차에 폭발물을 설치하거나 오토바이나 차에 불을 지르기도 하고 집에 불을 지르는 경우도 있고, 이보다 더 무지막지한 사람한테 걸리면 맞아죽을 수도 있다(ㅎㄷㄷ). 

 

아래 사진처럼 집에 페인트를 끼얹어서 협박을 한다고 한다. 

출처: thestar.com.my

 

빚 갚지 않으면 집을 불태워버리겠다는 경고장을 붙이고 가는 케이스도 있다. 맨 앞에 O$P$라고 적힌 말은 Ah Long들이 사용하는 말로, Owe money ($) Pay money ($) (돈을 빚졌으면 갚아라) 라는 뜻이다. 

출처: twitter.com

 

이렇게 집으로 찾아가서 협박하기도 하지만, 문자나 whatsapp으로도 협박한다고 한다. 존무.

출처: mha.gov.sg

 

왠지 험악하게 생겼을 거 같은데 경찰이 공개한 사진상으로는 의외로 평범하게 생겼다 

출처: sinarharian.com.my

 

 

등록된 대부업체인지 확인하는 법

Ah Long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애들인지 알았으면 제발 이들한테는 돈을 빌리지 말도록 하자. Ah Long들 중에는 등록된 대부업체인척 활동하는 애들도 있는데, 아래 사진처럼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허가증을 업소에 두고 있을 경우에는 100% 사기다. 연 최고금리 담보대출일 경우 12%, 무담보대출일 경우 18%이므로, 이것보다 더 높은 이자를 설정한 업체도 등록된 업체가 아니니 주의해야 한다. 

출처: Bank Negara Malaysia

말레이시아에서 대부업 등록을 관리하는 정부부처는 주택지방정부부(Ministry of Housing and Local Government)이다. 등록된 대부업체인지 확인하려면, 주택지방정부부(KPKT) 사이트에 접속해서 이름이나 사업자등록으로 검색할 수 있다. 

 

출처: https://emaps.kpkt.gov.my/emaps/emaps/umum/cari_ppw.c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