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할수도 있는 정보

말레이시아 Dato', Datuk 작위, 진위여부 확인하는 법

unidesu 2019. 12. 11. 12:08

 

 

다뚝, 다또, 탄쓰리... 이런 게 다 뭐야?

말레이시아에서 살다보면 다뚝(Datuk)이나 다또(Dato')라는 단어를 종종 접하게 되며, 신문기사를 봐도 사람 이름 앞에 툰(Tun)이나 탄쓰리(Tan Sri), 다뚝 스리(Datuk Seri)같은 단어가 붙는걸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가 경이로운 눈빛으로 "저 사람 다뚝이래"라고 말하는 것을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말레이어를 좀 하는 사람이라면 다뚝이나 다또가 '할아버지'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라는 것을 알텐데, 그렇다면 도대체 사람 이름 앞에 할아버지가 왜 붙는걸까?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젊은 사람들도 다뚝이 될 수 있기 때문.

 

다뚝, 다또, 툰, 탄쓰리, 다뚝 스리 등은 말레이시아의 작위를 나타낸다.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국가에 작위제도가 있단 말야?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왕이 있는 입헌군주국이기도 하고, 영국 식민지배를 오랫동안 받아서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인 점을 떠올려보면 그리 납득이 안 되는 건 아닌듯 하다. 말레이시아의 작위는 왕족들이 세습 받는 작위 외에, 국왕과 주별 통치자들이 수여하는 연방작위(Federal Award)주작위(State Award)가 있다.

이 작위라는건 사실 당신 오늘부터 다또하쇼 하고 작위만 덜렁 주는게 아니라, 작위가 딸려오는 훈장을 수훈 받으면서 덩달아 받게 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에는 SMN, SSM, PJN, PSD...같은 훈장들이 아주 많은데, 일부 훈장 수훈자들에게 다뚝, 다또 등 작위를 덤으로 준다. 아래 표는 국왕이 주는 훈장 중 작위도 같이 주는 훈장들을 정리한 것이다. 

 

 

연방작위 중에는 Tun 작위가 비왕족에게 주는 작위 중 가장 높은 작위인데, 말레이시아의 현 총리인 마하티르 총리가 가지고 있는 작위가 바로 Tun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마하티르 총리 부인인 시티 여사도 Tun 작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마하티르 총리의 Tun 작위랑은 다르다.

출처: Astro Awani

 

Tun 작위를 주는 훈장은 두 가지가 있다. 바로 SMN 훈장과 SSM 훈장인데, 둘 중에 SMN 훈장이 더 높다. 따라서 순위를 따지면 SMN Tun>>>>SSM Tun이라고 할 수 있다. 마하티르 총리가 갖고 있는 Tun 작위가 바로 이 SMN 훈장에 해당하는 작위이며, 압둘라 바다위 전 총리도 마찬가지이다. 마하티르 총리 부인은 SSM 훈장을 받고 Tun 작위를 얻은 것이어서 엄밀히 말하면 똑같이 Tun이라고 불러도 마하티르 총리보다 한 단계 낮은 Tun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반인은 크게 신경도 안 쓰겠지만. 

 

같은 Tan Sri여도 왼쪽분(전 경찰청장) 작위가 오른쪽분(페트로나스 사장) 보다 등급이 더 높답니다

 

 

Tan Sri도 마찬가지이다. PMN Tan Sri가 PSM Tan Sri 보다 높다. 그래서 순위를 매겨보자면, Tun (SMN) > Tun (SSM) > Tan Sri (PMN) > Tan Sri (PSM) > Datuk (PJN) > Datuk (PSD) 순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높은 훈장일수록 수훈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적어지는데, Tun 같은 경우엔 한 번에 25명까지밖에 보유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이미 25명이 다 찼으면 25명 중 한 명이 사망해야 새로운 사람에게 Tun 작위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훈장에는 명예(Honorary)라는 말이 붙고 리스트도 따로 관리된다. 외국인은 정원에 상관 없이 작위를 받을 수 있다.  

 

작위 이름은 달라도 같은 급이랍니다

 

주작위는 14개 주의 주왕(Sultan)과 주지사(Governor)가 주는 작위들이라 종류도 더 많고 복잡하다. 심플하게 정리하자면, 주작위 중 가장 높은 작위는 다또 스리(Dato' Sri), 다또 스리(Dato' Seri)다뚝 스리(Datuk Seri)다. 앞에 두 개는 주왕이 주는 거고, 주왕이 없는 주에서 주지사한테 받는 게 다뚝 스리(Datuk Seri)다. 주에 따라서는 Dato’ Seri Utama, Dato’ Seri Diraja, Dato’ Seri Wira, Dato’ Seri Panglima, Datuk Patinggi, Datuk Amar처럼 명칭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그냥 다 같은 급이라고 보면 된다. 부인한테도 Datin SeriDatin Sri라는 작위가 주어진다. 참고로 여성이 이 작위를 받을 경우에는 Datin Paduka Seri가 된다고 한다. 이 작위들이 연방작위인 탄스리(Tan Sri)와 급이 비슷하다는 소리도 있긴 한데 확실하진 않다. 아무래도 국왕이 주는 작위가 더 어썸하겠죠.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주는 주작위는 다또(Dato')이며, 여성이 받을 때는 Datin Paduka가 된다. 다또같은 경우에도 Dato’ Paduka, Dato’ Diraja, Dato’ Wira, Dato’ Pahlawan처럼 주에 따라서는 뒤에 뭘 붙여주는 경우도 있는데 다 같은 급이다. 사라왁이 좀 트릭키한데, 사라왁에서는 '가 없는 다또(Dato) 도 있고, 다뚜(Datu)도 있고, 다른 주에는 없는 작위들이 좀 있다. 근데 굳이 알 필요는 없을 듯 하니 생략하겠다. 연방령, 말라카, 사바, 사라왁주같은 경우에는 연방작위인 다뚝과 이름이 같은 다뚝(Datuk) 작위를 주기 때문에 다뚝이라고 하면 연방작위인지 주작위인지 알아보기가 힘들다. 사실 아무래도 상관 없는...

 
작위(훈장) 수여식은 국왕 탄신일, 주왕 탄신일 같은 행사에서 한꺼번에 여러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작위는 어떤 사람들이 받나?

과거에는 나이 든 고위공무원, 장관, 고등법원판사나 재벌기업인들 중 극소수에게만 수여하던 것이 근래 들어서는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세웠거나, 국가에 경제적으로 공헌했거나,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등 어떤 식으로든 공헌한 사람한테 수여(남발)하고 있다. 배드민턴 선수 리총웨이, 스쿼시 선수 니콜 데이비드처럼 스포츠계에서 국가 위상을 높인 사람들한테도 주고, 심지어 2015년에는 성룡한테도 본업 잘한다고 줬다 (KL 관광홍보에 이바지했다고 줬다는데 92년에 찍은 영화로 이제 와서요?). 

 

다뚝 재키 찬 - 자기 분야(쿵후+영화)에서 업적을 세우고, 영화 폴리스 스토리 3탄을 KL에서 촬영했다는 이유로 작위를 받음 

 

1957년대만 해도 내각장관 15명 중 5명만 다뚝이었고 심지어 초대 총리인 툰쿠 압둘라만도 작위가 없었다고 하니 작위를 수여하는 일이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툰쿠 압둘라만의 툰쿠(Tunku)는 압둘라만 총리가 끄다주 왕자로서 세습 받은 작위로서 이 포스팅에서 다루는 비세습 작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는 2019년 12월 기준으로 내각 각료 28명 중 15명- 절반 이상이 툰, 탄쓰리, 다뚝스리, 다또스리, 다뚝, 다또 작위를 갖고 있다. 그나마 신정부(Pakatan Harapan) 들어서 뉴비 정치인들이 많아지는 바람에 절반 정도지, 지난 정권 각료들은 거의 대부분이 작위 수여자들이었다. (고인물이 많아서) 원래 신정부 각료 중에서도 마하티르 총리나 완아지자 부총리, 무히딘 내무부 장관, 아즈민 경제부 장관 등 정치경력이 긴 사람들만 작위를 갖고 있었는데, 2018년에 임명된 일부 장관들도 장관된지 얼마나 오래됐다고 벌써 주왕들로부터 작위를 수여 받은 사람들이 꽤 된다.

오래된 정치인들은 웬만하면 다 작위가 있다고 보면 되고, 정치인뿐만 아니라 페트로나스, 사임다비, 겐팅 등 대기업들 임원급 인사들 중에서도 작위 없는 사람 찾아보기가 힘들다. 

 

참고로 작위는 행실을 잘못할 경우 박탈 당할 수도 있다. 웬만하면 박탈을 안 하긴 하는데, 중대범죄를 저지르거나 왕실을 비난하면 박탈 당한다.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도 1992년에 슬랑오르 주왕으로부터 다또 스리 작위를 받았다가 2014년에 슬랑오르 주왕을 지속적으로 비판한 죄로 작위를 박탈 당한 적이 있다. 근데 이 분은 워낙 여러 주에서 다또 스리/다뚝 스리 작위를 받았기 때문에 슬랑오르 작위 박탈 당했어도 여전히 다또 스리 작위를 유지하고 있다. (ㅋ...)

 

작위 부자

 

영국같은 경우는 1년에 작위를 수여 받는 자들이 100명이 안 넘는다고 하는데 말레이시아는 연간 700~1,200명이 작위를 수여 받고 있으니... 다뚝 작위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다는 소리인가?! 90년대에는 군중을 향해 돌을 던지면 그 돌에 다뚝이 맞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는데, 2000년대 들어서는 돌을 던지면 그 돌이 다뚝을 맞히고 튕겨나간 돌이 또 다른 다뚝을 맞힌다는 농담으로 업그레이드가 됐다고 하니 말레이시아에 다뚝이 얼마나 많이 생겨났는지 짐작이 간다. 

 

그래서 작위가 있으면 뭐가 좋은데? 일단 작위는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status)를 나타낸다. 지금이야 워낙 다뚝, 다또가 많으니 다뚝이라고 해서 우와~ 하는 분위기는 별로 없지만 (탄쓰리나 다또스리 클래스면 모를까...) 아무튼 여전히 명함에 다뚝이라고 쓰여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는건 사실이다. 작위가 있는 사람들은 중요한 사람들이랑 친분이 있거나 연줄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고.... 뭔가 국가에 공헌을 한 사람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리스펙트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작위가 있으면 본인한테도 유리한 점이 많다. 높은 사람들이랑 커넥션이 있으면 사업 같은 걸 따내기도 수월해지고 일반인들에 비해 여러가지 면에서 보호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뚝 작위가 있으면 차에 이런 뽀대나는 장식도 달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서 작위를 돈 주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이 기사에서는 다뚝 작위는 6만링깃, 다뚝 스리 작위는 15만 링깃에 거래된다고 나온다. 게다가 어떤 간 큰 브로커들은 왕족들을 접촉해서 거래를 제안하기도 한다는데, 2017년 기사에 따르면 조호 주왕이 어떤 브로커로부터 국왕에게 작위 수여자를 추천해주는 대가로 고액의 돈을 제안 받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다뚝 작위에 100만 링깃, 다뚝 스리 작위에 200만 링깃, 탄 스리 작위에 500만 링깃을 제안 받았다고 한다. (이 돈이면 집을 사겄네...) 아무튼 가짜 다뚝 작위를 사는 사람들도 있고, 다뚝이 아니면서 다뚝을 사칭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피해 방지를 위해 작위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구축했다. 

 

 

진짜 다뚝인지 확인하는 법

말레이시아 총리실 의식 및 국제회의 사무국 부서 (Bahagian Istiadat dan Urusetia Persidangan Antarabangsa / Ceremonial and International Conference Secretariat Division) 사이트에 접속을 한다. 

 

사이트 주소: http://www.istiadat.gov.my/

 

Bahagian Istiadat dan Urusetia Persidangan Antarabangsa - Utama

PERSIDANGAN ANTARABANGSA Tarikh : 04 - 07 NOVEMBER 2019 TEMPAT : HOTEl royale Chulan, kuala lumpur. PENGANJUR : JABATAN AUDIT NEGARA

www.istiadat.gov.my

 

메인 화면에서 왼쪽 하단에 보이는 훈장 및 메달 수여자 검색 (Semakan Penerima Darjah Kebesaran Bintang dan Pingat) 버튼을 클릭한다. 

 

검색 화면이 아래와 같이 표시되면, 이름 / 수여연도 / 주 또는 연방 / 훈장 또는 메달 이름으로 검색을 할 수 있다.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고 검색(Carian Pantas) 버튼을 누르면 된다. 

 

시험 삼아 성룡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성룡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아래와 같이 2015년에 PMW 훈장(Datuk 작위)을 수훈 받은 것으로 나온다. 

 

 

주작위에 대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확인하면 된다: 

http://www.istiadat.gov.my/index.php/profil/profil-korporat/carta-organisasi-bahagian-istiadat-persidangan-antarabangsa/2-uncategorised/37-darjah-kebesaran-negeri

 

Bahagian Istiadat dan Urusetia Persidangan Antarabangsa - Darjah Kebesaran Negeri

SENARAI DARJAH KEBESARAN, BINTANG DAN PINGAT NEGERI-NEGERI Johor Kedah Kelantan Melaka Negeri Sembilan Pahang Pulau Pinang Perak Perlis Selangor Terengganu Sabah Sarawak Wilayah Persekutuan Nota : Senarai Darjah Kebesaran, Bintang dan Pingat Negeri adalah

www.istiadat.gov.my

 

말레이시아에서 사업하다가 만난 사람 중 본인이 다뚝이라고 주장을 하는데 왜인지 좀 수상쩍다 싶으면 이 사이트에서 한 번 검색을 해보도록 하자. 

 

덧붙이자면, 가끔 가다 언론에서 다뚝(Datuk)을 다또(Dato')로 표기하거나, 다뚝스리(Datuk Seri)인데 다또스리(Dato' Sri)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작위가 바뀌었나?!  또는 내가 그 동안 잘못 알고 있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두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1) 다뚝이기도 하지만 다또이기도 한 경우. 작위가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 여러 주에서 받아서 다또이기도 하고 다뚝이기도 해서 어느 쪽이어도 틀린게 아닌 케이스 2) 그냥 그 언론사 기자가 제대로 안 알아보고 써서 그런거. (의외로 이 나라 기자들이 기사를 대충 쓰는 경향이 있다. 이 나라만 그런 건 아닌 거 같지만) 어차피 다또나 다뚝이나, 다뚝스리나 다또스리나 같은 급이니까 그 사람 작위를 낮추는게 아니라 크게 신경 안 쓰는 듯 하다. 이럴 때 확실히 하고 싶으면 사이트에서 이름으로 검색해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