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경 현지 신문에서 말레이시아 경찰 행세를 하는 사기꾼들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경찰 제복과 장비들을 갖추는데 2천 링깃 정도밖에 안 들고, 교통 경찰들이 잘 타고 다니는 혼다 오토바이가 있으면 완벽하게 경찰 행세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또 다시 가짜 경찰 ID 카드를 들고 다니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기꾼들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죄를 짓고 살지도 않아도 경찰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흠칫하게 되는게 사람 심리다. 특히 외국인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길에서 경찰이 막아서면 내가 뭘 잘못했나? 여권 안 갖고 나왔는데 여권 체크하자고 하면 어쩌지?! 하고 더욱 위축되기 마련인데, 만약에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이 이상한 트집을 잡으면서 돈을 요구하면 왠지 사기꾼 같으면서도 뭘 모르니까 돈을 건넨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말레이시아에서 외국인은 반드시 여권을 들고 다녀야 한다. 이민법(Immigration Act 1959/63)에 따라 경찰/이민국에서 여권을 제시하라고 했을 때 제시하지 않을 경우 불법입국자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서에 다녀오고 싶지 않으면 늘 여권을 지참하도록 하자.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확인 바람)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왠지 경찰인 듯 하면서 경찰이 아닌 거 같을 때 그 사람이 레알 경찰인지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 작성하고자 한다.
제복으로 확인하는 법
교통경찰 (Traffic Police)
제복특징
교통경찰은 비교적 알아보기가 쉬운 편이다. 복장 특징으로는: 긴팔의 흰색 제복 상의와 줄이 들어간 검은색 바지, 검은색 부츠, 샘브라운 벨트 (오른쪽 어깨에서 대각선으로 걸치는 좁은 띠와 함께 구성된 가죽 허리띠), 흰색 헬멧/경찰 로고가 박힌 남색모자, 노란 형광색 조끼, 장갑, 왼쪽 상의주머니에 호루라기 등이 있다.
임무 및 권한
경찰법(Police Act) 21조에 따라 교통경찰의 임무는 도로 교통을 규제, 도로 질서를 유지, 도로통행을 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일반 경찰들처럼 교통경찰들도 보행자나 자동차를 세워서 수색하고 신분증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물론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벌금을 물릴 수 있는 권한도 있고, 심지어 체포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도로교통법(Road Transport Act 1987) 112조에 따라 교통경찰은 위험하게 운전하는자, 운전으로 인해 사망자를 발생시킨자, 마약이나 알콜에 취해 운전하는 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일반경찰 (Regular Police)
제복특징
일반경찰은 부서마다 제복이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상하의가 남색이다. 제복에 경찰 로고가 달려 있고 그 아래에 명찰을 달고 있다. 위 사진처럼 왼쪽에 로고가 달린 군모를 착용하기도 하고, 아래 사진처럼 모자(남자와 여자 모자 모양이 다르다)나 터번을 착용하기도 한다.
임무 및 권한
우리나라 경찰들처럼 범죄자들을 체포하고, 범죄를 예방하고, 시민을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게 기본적인 임무다. 경찰관의 랭킹과 상황에 따라 권한이 달라지긴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구금, 수색, 신분증/허가증 제시 요구, 도로 봉쇄, 공공장소에서의 음악 연주 규제(음?) 권한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대테러 경찰, 집회 규제하는 경찰, 사복경찰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쉬운 교통경찰과 일반경찰만 다루겠다. 물론 경찰의 복장 특징을 알고 있어도, 2천 링깃 들여서 감쪽같이 경찰 차림새를 하고 들이대면 헷갈릴 수가 있다. 그럴 때는 아래와 같은 방법을 취해보자.
경찰관에게 신분증을 요구한다
말레이시아에서도 경찰을 만나면 경찰한테 신분증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에 경찰한테 신분증을 요구했는데 경찰이 보여주지 않으면 그 사람 말을 들을 필요가 없고, 신고해도 된다고 한다. 신분증을 요구할 때는 공손하게 요구하도록 하자. 그리고 필요시 경찰의 이름, 신분증 번호와 차량번호(있으면)를 메모하자. (수상쩍을 경우)
“I would advise people to always ask officers who approach them to verify their identity with their police ID card. We all have them. All police officers must show you their card if you ask for it. If they do not produce their identification, you have no obligation to oblige them. Lodge a report if that happens,”
경찰신분증은 색깔에 따라 권한이 달라지는데, 앞면에 경찰 로고와 함께 말레이시아 경찰(Polis Diraja Malaysia; PDRM) 이라고 쓰여 있고 뒷면에는 여권 크기의 사진, 이름과 식별번호가 적혀있다.
파란색 신분증: 경위 이상. 파란색 신분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체포할 권한이 있음
노란색 신분증: 순경 이상 경위 이하
흰색 신분증: 자원 경찰, 경찰관들을 지원하는 역할
빨간색 신분증: 정직 처분을 받은 경찰, 심문하거나 체포할 권한이 없음
필요한 질문들을 한다
가짜 경찰관들은 당신의 실수나 약점에 계속 초점을 맞추면서 개인정보나 돈을 빼내려고 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이름, 여권번호와 주소지를 대면 되고, 만약에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경우, 저를 체포하는건가요 (Am I under arrest?) 라고 물어본다. 아니라고 대답하면 경찰관을 따라나설 필요는 없지만, 만약에 체포한다고 하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숙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현장에 고위급 경찰관 (파란색 신분증 소지)이 최소 한 명 이상 있지 않는 이상은 당신을 체포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싸우자고 달려들진 않길 바란다.
1. 체포 이유를 문의한다. 경찰은 정확한 이유를 대지 않은 상태로 당신을 체포할 수는 없다.
2. 어느 경찰서로 데려갈건지 문의한다.
3. 당신에게는 친구나 가족, 변호사 등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 통 걸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전화를 걸어서 상대방에게 현재 있는 위치와 경찰관의 정보, 경찰서 위치를 알려준다. 가까운 법률상담소(Legal Aid Center)에 연락을 해도 되며, 법률상담소 연락처는 아래와 같다:
https://www.malaysianbar.org.my/legal_aid_centres.html
4. 도움을 받을 때까지 묵비권을 행사한다.
함부로 수색하지 못 하게 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경찰을 사칭한 사기꾼들이 아무런 혐의가 없는 사람들을 수색하거나 자택에 나타나서 자택수사를 하려고 한 사건들이 있었다. 만약 이런 케이스에 걸린다면, 위에 서술한 것처럼 이름과 신분증을 요구하고, 수색영장을 보여달라고 하면 된다. 참고로 말레이시아 형법에 따라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정도의 범죄가 아니면 경찰이 함부로 자택을 수색할 수 없다고 한다.
경찰관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않도록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자진해서 소지품을 다 꺼내서 보여주는 것이 좋다. 경찰을 사칭하는 사기꾼일 경우엔 가까이 다가가서 마약같은 불법물질을 몰래 당신의 몸에 숨기거나 해서 죄가 있는 것처럼 덮어씌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 사항들을 숙지하여 경찰을 사칭하는 사기꾼들에게 당하는 일이 없길 바라며, 뭔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경찰서로 바로 신고하도록 하자.
경찰서 연락처:
https://www.rmp.gov.my/direktori/direktori-pdrm/kuala-lump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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