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걸려버렸음.
진짜 걸리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는데…
키트에 두 줄이 나온 걸 봤을 때의 그 기분은 그냥
허탈+짜증+분노+실망+어이없음 등이 뒤얽힌 감정의 소용돌이
나처럼 지난 2년반 동안 코로나에 한 번도 걸리지 않았으나 앞으로 자기 차례가 다가올 것에 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증상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걸리기 전에 어떤 조짐들이 있었는지 세세하게 기술해보고자 함
*배경정보: 나는 3차까지 화이자를 접종했고(올해 1월에 3차 접종),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없으며 주 5회는 운동을 하면서 사는 인간임. 같이 사는 가족이 감염됐을 때도 안 걸렸는데 이번에 처음 걸림*
확진 전
월요일, 7월 25일 <확진 D-3>
매주 월요일마다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자가진단 검사: 음성
이 날은 아무런 증상도 없었고 아침 저녁으로 운동함. 아침에는 집에서 홈트하고 저녁에는 헬스장 가서 러닝머신으로 런데이 트레이닝함
화요일, 7월 26일 <확진 D-2>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는데 허리가 아픔. 하루 종일 아파서 파스 붙이고 진통제까지 먹음. 아픈게 막 몽둥이로 때려맞은 듯한 통증이 아니라 굵은 바늘이 허리에 끼워져있어서 잘못 움직일때마다 찌르는 느낌(전날 러닝머신에서 이상하게 뛰어서 그런가 했음)
허리도 불편하고 해서 퇴근하고 운동 가기 싫었지만 가기 싫은걸 이겨내고 꾸역꾸역 집에서부터 산까지 걸어갔다 옴
이 날부터 침 삼킬때 목이 아픈건 아닌데 목 오른쪽 아래 부위쯤에 편도가 부은 듯한 마일드한 불편함이 느껴짐. (흔한 부비동염 증상이라서 부비동염 도졌는갑다 함. 또는 공기가 나빠서 그런가? 함)
수요일, 7월 27일 <확진 D-1>
새벽에 잠을 거의 못 잠. 그럼에도 불구하고 6시에 일어나서 운동함. 퇴근하고 헬스장 가서 러닝머신 30분 걷뛰하고 30분짜리 고강도인터벌 트레이닝 수업 들음
이 날도 허리가 약간 불편했고 운동할 때 콧물이 조금 나서 살짝 훌쩍거림. 또 부비동염 증상인갑다 함
다 끝나고 집에 왔는데 개피곤. 에어컨을 안 틀었는데 으슬으슬 추워서 왜케 추워? 라는 생각함. (비 안 옴) 근데 심한 오한이 아니라서 걍 에어컨 끄고 잠. 이불 덮으면 답답해서 안 덮고 잠.
확진~확진 후
목요일, 7월 28일 < 확진 1일차 >
아침에 일어났는데 이상하게 너무 피곤해서 고민하다가 운동 안 함. 허리도 여전히 불편해서 파스 붙임. 출근했는데 허리, 등 이런데가 아픈거까진 아닌데 결리는 것처럼 불편해서 앉아있는게 좀 힘드네 라고 생각함. 아침에 진통제 하나 먹음.
점심때부터 컨디션이 더 별로라서 감기가 오나? 싶어서 가루로 된 일본감기약 하나 먹음. 열도 안 나고 두통도 없고 기침도 안 하고 목도 살짝 불편하기만 한 정도라서 코로나를 의심하기 보다는 뎅기를 의심함. (상반신 결리는게 뎅기 걸렸을 때 느낌과 유사해서)
앉아있기가 힘들어서 점심 먹고 자리에 엎드려 있었음. 괴로워서 조금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함. 요즘 운동을 쉬지 않고 해서 무리가 왔나? 싶어서 오늘은 퇴근하고 집에 가서 쉬기로 마음 먹음
컨디션이 이렇게 안 좋은건 2020년 이후 처음인 듯 해서, 이건 분명 코로나, 독감 아니면 뎅기 셋 중에 하나일거다 느낌이 들어 먼저 코로나의 가능성을 배제시키고자 회사에서 진단키트를 받아옴. 왜냐하면 이때까지만 해도 보편적인 코로나 증상에 해당하는 증상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일리가 없다고 생각했음. 음성인거 빨리 확인해야지~ 생각하면서 떨어뜨렸는데 10초도 안 되서 두 줄이 뜸 ㅎ
떨어뜨리자마자 거의 즉시 선이 하나 더 생기는거 보고 진짜 내적 우소다로
선이 점점 뚜렷해지는걸 보면서 일단 회사 사람들로부터 멀어져야겠다는 생각만 들어 서둘러 가방을 싸고 주변 사람들에게 확진 사실을 통보한 다음 귀가함
집에 와서 바로 재검사해봤는데 또 즉시 두 줄이 뜸.
이쯤 되면 검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격리를 위해 우선 진단키트 검사결과를 MySejahtera에 셀프 리포트 함
셀프리포트 방법은 아래 사진 참고
셀프리포트를 하면 아래와 같은 문자가 오면서 MySejahtera 프로필을 새로고침하라고 함
MySejahtera 프로필을 새로고침하면 상태가 아래와 같이 변함
감염원은 회사나 헬스장 둘 중 하나일거 같지만 헬스장이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됨 (운동하는 사람들 마스크 거의 미착용, 헬스장 환기시설도 그닥 안 됨)
게다가 7월 중순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잠+근데 그 와중에 운동은 꼬박꼬박 쉬지 않고 함-> 피로누적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 그 틈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고 들어온게 아닌가 추정해봄. 그 초기 증상이 근육통(허리 통증), 인후통(편도염), 피로, 오한이었던 것
집에 온 이후로 몸이 점점 몸살 걸린 것처럼 무거워져서 열도 없고 기침도 없지만 미리 해열제랑 목감기약 먹고 괜히 목에 베타딘 인후 스프레이도 뿌려주고 일찍 잠
아래 약들을 복용함
금요일, 7월 29일 < 확진 2일차 >
새벽 3시쯤 열이 나서 깸. 체온을 재보니 38.1도
부랴부랴 해열제를 먹고 목이 약간 간질간질하려고 하면서 기침이 나올거 같아 베타딘 인후 스프레이를 뿌림
그러구선 다시 자고 일어났더니 컨디션이 괜찮아졌다가 점심때쯤 다시 열이 올라 해열제 먹고 다시 잠
하룻밤 사이에 체력이 엄청 떨어졌는지 앉아서 밥 먹는 짧은 시간 동안 땀이 뻘뻘 남
땀띠같은 피부 발진이 전신에 생김
오후가 되면 가려워지기 시작해 항히스타민제 먹음
토요일, 7월 30일 <확진 3일차>
새벽에 추워서 에어컨 끄고 이불 덮고 잠. 아침에 일어났더니 편도 부은게 심해지고 여전히 몸이 무거움
기침이 가끔 가다 간질간질해서 나오긴 하는데 많이 나오진 않고 하루 기침 횟수 10번 이하 수준
오전에는 하도 누워있어서 등이 결리고 여전히 힘이 들었는데 오후부터는 집안에서 왔다갔다 걸어다닐 수준으로 멀쩡해짐. 슬슬 운동도 할 수 있을거 같은 컨디션.
피부 발진이 오후 4시 정도부터 가려워지기 시작함. 이것도 코로나랑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손바닥이랑 손등도 주부습진 걸린것처럼 가려움
혹시 증상이 처음 발현된 화요일부터 확진이었을 가능성도 있을까?
화요일에 확진되었었더라면 오늘이 5일찬데 한 번 음성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확인해볼까?
라는 엉뚱한 생각에 괜히 진단키트 하나 날렸고요...
일요일, 7월 31일 <확진 4일차>
새벽에 깨긴 했지만 먼가 평소같은 컨디션으로 많이 회복함
아직도 편도선은 부어있는 상태고 기관지에 간질간질한 느낌이 잦아져서 기침 횟수가 늘어남. 그래도 한 두 시간에 한 번 콜록 콜록 수준이지, 콜록콜록콜록콜록콜록!!!은 아님. 혹시 나도 모르게 기침 발동 걸려서 기침 내뿜다가 목 다치게 할까봐 이 악물고 기침 참음
기침이랑 가래 잡으려고 끼니마다 용각산, 덱시부프로펜, 은교산(쎄파렉신) 복용함
그래도 거의 평소 몸상태로 돌아와서 이 날부터는 집안에서 만보 이상씩 걷기 시작함
SOP상 확진 4일차에 실시한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조기 격리해제가 가능하다고 함
나는 조기 격리해제할 생각은 1도 없지만 왠지 괜히 음성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고 싶었음
그리고...
월요일, 8월 1일 <확진 5일차>
편도선 부은게 아직 안 가라앉았고 기침이 간헐적으로 나오는 것만 빼면 그냥 지금 당장 격리 해제되어도 될 듯 한 몸상태
편도선 부은게 너무 오래 가서 이 날은 아침부터 Difflam으로 가글하고 오후에는 소금물로 가글함
오늘 정도면 음성이 나오겠지? 싶어서 또 검사를 해봤는데...
아니 4일차에 음성 나오는 사람들이 실존하긴 한거임?
화요일, 8월 2일 < 확진 6일차>
소금물로 가글한게 효과를 발휘했는지,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괜찮아짐
기침도 없고 더 이상 나타나는 증상이 없어서 그렇게 보고했더니 상태가 CAT2a에서 CAT1로 변경됨
수요일, 8월 3일 <확진 7일차>
몸상태 완전 회복함. 당장 뛰쳐나가서 조깅하고 싶은 심정
오늘이야말로 음성이 나올줄 알고 검사를 해봤지만...
목요일, 8월 4일 <격리 해제일>
아침에 MySejahtera앱 열어서 격리 해제 화면 스크린샷 해놓고~
Low Risk로 바뀐거 확인하고~
출근하기 전에 진단키트로 마지막으로 검사해봄
자세히 보면 아래쪽에 줄이 아직도 희미하게 보이긴 함;
여튼 미각, 후각 모두 멀쩡하고 목이 조금 잠겨있는거 빼고는 아직까지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음
4줄 요약:
1. 7일 동안 발현된 증상은 근육통, 피로, 오한, 인후통, 몸살, 발열, 두통, 피부발진, 기침, 가래
2. 확진 1일~3일차 오전까지만 가벼운 몸살 느낌이었고 3일차 오후부터는 컨디션 회복됨
3. 전반적으로 고통스럽지 않게 가볍게 지나감
4. 뎅기가 100 정도의 고통이라면 코로나는 뎅기의 60% 정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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