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HSK 5급 시험에 접수하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HSK 5급 공부 방법(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과 실제로 말레이시아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고 온 후기를 작성하고자 하는데, 들어가기에 앞서 나는 중국어 공부를 오래 전에 했었고, 대략 10년 전에 개정전 HSK 7-8급을 딴 백그라운드가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만약에 중국어 공부를 한 번도 한 적이 없거나 기본중국어만 떼고 HSK 5급에 도전하는 응시자라면 이 포스팅이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HSK 5급 시험을 올해 10월 13일에 봤는데, 지난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 접수 자체는 7월 4일에 해서 공부할 시간이 3개월 정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접수하고 이틀 뒤에 뎅기에 걸렸다. (뎅기에 걸린 후기는 이 포스팅을 보길 바란다.) 그래서 약 두 달 동안은 뎅기로 인한 투병생활+회복기로 공부할 수가 없었다. (사실 하려면 할 수 있었겠지만 크게 아프고 난 뒤라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느닷없는 뎅기열 감염으로 HSK 준비기간 3개월 중 2개월을 그냥 날려버렸고, 남은 1개월 중 2주는 제주도에 다녀오느라 할 수가 없었다. (읽을수록 느껴지는 바가 있겠지만... 그렇다, 그냥 공부하기가 싫었다 ㅎㅎ)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HSK 시험을 2주 앞둔 시점에 드디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HSK 시험 응시료가 싼 것도 아닌데 이렇게 공부도 안 하고 대충 쳐서 돈만 날리면 내 자신이 너무 싫어질 거 같은거다. (진작 좀 하지...) 그래서 2주 동안 바짝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HSK 5급 2주 동안 벼락치기로 공부한 후기
나는 위에서 옛날옛적에 구HSK를 쳤었다고 언급했지만, 그 때부터 현재까지 약 10년의 기간 동안 중국어를 추가로 공부한 적도 없고 사용도 거의 하지 않았다. 즉, 다 까먹었다! 그래서 HSK 5급 시험 공부를 하기에 앞서, 내 현재의 중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한반 사이트에서 모의시험지를 다운 받아 풀어보았다.
한반 모의시험지 다운로드 링크: http://www.chinesetest.cn/godownload.do
시험을 쳐본 결과, 듣기에서 2 문제, 독해에서 4 문제 정도 틀렸고, 작문 1 부분은 다 맞았다. 옛날에 공부한게 다 사라지진 않았나보다 하고 안도했다ㅠㅠ 그런데 문제는 작문 2부분이었다. 알다시피 작문 2부분의 99번 문제는 5개의 단어들로 80자 내외의 글을 써야하고, 100번 문제는 그림을 보고 80자 내외의 글을 써야 한다. 그런데 뭐라고 써야할지 감도 안 잡히는 것이었다! 작문 파트의 총점이 100점인데 이 중 99번과 100번 문제가 60점이나 차지하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선 HSK 5급 배정단어 2,500자부터 공부를 하기로 했다. 유튜브에서 HSK 5급으로 검색하면 해커스에서 올린 HSK 5급 단어·예문 필수 모음 영상이 있는데, 출퇴근할 때 차 안에서 틀어놓고 따라했다.
HSK 5급 단어·예문 필수 모음 1탄: https://www.youtube.com/watch?v=eRBudgCJfnk
HSK 5급 단어·예문 필수 모음 2탄: https://www.youtube.com/watch?v=3anXr8Mhlig&t=2347s
그리고 아이런중국어 자료실에서 HSK 4급과 5급 어휘집을 다운 받아 공부를 했다.
아이런중국어 자료실: http://www.ilearnchinese.kr/download/?mod=document&uid=129&pageid=1
단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우선 나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단어 위주로 공부를 했다. 처음부터 의미를 정확하게 외우고, 그 단어의 예문을 찾아보고 할 여유가 없었다. 일단 나는 단어 2,500개를 다 훑어보는게 시급했다!
그래서 4급 어휘집에서 중국어 단어를 한 손으로 가리고 한국어 의미만 보면서 중국어 단어를 써내려가는걸 먼저 했다. 모르거나 틀리게 적은 단어들에는 표시를 해두었고, 다 한 다음에는 표시해둔 단어들을 종이에 여러번 적어가면서 외웠다. 그리고나서 모르는 단어들만 손으로 가리고 다시 써보는 연습을 했다. 5급 어휘집도 이런 식으로 똑같이 했다. 첫 주에는 단어 암기에만 집중을 했다. 단어가 무슨 뜻인지 일단 알아야 99번에서 나오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 수 있을 것 아닌가.
참고로 나는 교재를 구입하지 않았다. 2주 동안 공부하기 위해 교재를 사는 건 사치였다. 그래서 구글링을 하다가 구글북스에서 일부 페이지들이 공개되어 있는 시나공 HSK 5급 서적을 발견했고, 여기서 필요한 부분들을 추출해서 공부했다. 좀 거지같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둘째주부터는 99번과 100번 문제를 풀기 위한 비법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중국어 비법만 알려주는 성룡쌤 유튜브의 쓰기 비법과 첨삭영상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성룡쌤은 99번과 100번 문제를 쉽게 푸는 방법들을 알려줘서 나처럼 작문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한테 한줄기 빛같은 분이셨다.
중국어 비법만 알려주는 성룡쌤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qaTzHeA7ILBiFkIdZHhdnfhC-yXwX6h0
나는 시험을 볼 때 유난히 에세이 문제에 취약한데, 예전에 IELTS 시험을 봤을 때도 에세이 파트에서 고전했다. 누군가가 전화통화를 하는 중인 그림을 예로 한 번 들어보자.
나는 이런 유형의 그림을 보면 디지털시대에서 스마트폰의 보급이 점점 확대되면서...현대인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가지는 것보다 SNS에서 소통하길 선호하고...우리 사회가 점점 소통이 단절되고 감정이 결여되고...어쩌고 이런 문장들만 떠오른다. 그러니까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왜냐면 이런 글을 쓰려면 관련 키워드들을 중국어로 알아야 하는데 모르거나 머리속에 바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룡쌤의 영상을 보고 글을 쉽게 쓰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위 그림을 예로 들자면, 나는 내일부터 휴가다. 그래서 교외로 낚시를 하러 갈 예정이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나와 같이 가자고 했다. 친구는 알겠다고 했고 나는 기뻤다. 전화를 끊고 내일 친구와 같이 먹을 음식을 만들었다. 내일 낚시가 기대된다. 이런식으로 문장을 만드는 거다. 다소 초딩 일기같긴 하지만 뭐 어떤가. 내가 아는 단어들을 위주로 문장을 구성해야 금방 금방 쓸 수가 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쓰면 고득점을 노리기는 어렵지만 나는 고득점이고 자시고 원고지를 채울 수만 있으면 되는 상황이라.... 만약 고득점을 노리고 싶다면 해커스나 시사중국어 같은 데서 강의를 듣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성룡쌤의 영상에 보면 직업이나 건강 관련 작문을 해야될 때 만능으로 사용할 수 있는 템플릿도 있으니 반드시 시청하길 바란다. 실제로 시험을 쳤을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업무/건강 분야 템플릿: https://www.youtube.com/watch?v=dCRvNYm9G5Y&list=PLqaTzHeA7ILBiFkIdZHhdnfhC-yXwX6h0&index=6&t=0s
시험 전 마지막 이틀 정도는 공자학원 이러닝 센터에서 HSK 모의고사 중 듣기와 독해 위주로 풀어보았다. (너무 듣기랑 독해는 공부를 안 해둬서 막판에 쫄려서..)
공자학원 이러닝 센터: http://cnhsk.org/mk
말라야대학 공자학원에서 HSK 친 후기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시험치기 한 달 전쯤에 공자학원에서 최종 안내 이메일을 보내오는데, 시험 당일에 수험증, 여권, 2B연필+지우개를 지참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이다. 수험증은 한반 사이트의 개인정보센터에서 출력해가면 된다. 만약에 까먹고 안 가져가더라도 별 문제가 되진 않는다.
말라야대학 공자학원은 우리 집에서 20분 이내에 위치한 곳인데, 나는 미리미리 가 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시험 시간 (1시 반)보다 한 시간 반 전에 출발을 했다.
건물이 좀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찾는데 조금 힘들었지만 잘 찾아갔다. 주차 공간이 없을까봐 엄마더러 데려다 달라고 했는데 막상 와보니 주차할 곳 천지라 만약에 다음에 여기서 시험 칠 일이 있으면 차를 가져와도 될 것 같다.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좀 당황했지만; HSK 5급 시험은 5번방에서 친다는 표지판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가본다.
근데 아무도 없어....
여기가 맞나? 하고 수험번호를 확인해보니 제대로 왔다.
수험번호대로 책상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수험생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수험생 수는 나 포함 10명도 안 된 거 같다. 1시쯤 되니 시험감독관이 들어와서 가방 등 소지품은 교실 앞에다 내놓으라고 안내하고 1시반에 칼같이 시험을 시작했다. 시험시간은 총 125분으로 3시반쯤에 끝났다. 시험장에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시계가 있어 시간 체크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듣기시험 음성이 최악이다. 교실에 설치된 스피커로 음성이 나오는 게 아니라 휴대용 CD 플레이어에서 재생을 하니까 소리가 웅웅거리면서 울린 탓에 가장 걱정 안 했던 듣기를 오히려 못 쳤다. 독해는 그냥 그랬고 작문은 단어를 최대한 많이 보고 첨삭 영상을 많이 보고 간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잘 풀었다고 느꼈다. 시험 치기 전에는 원고지 채울 수나 있겠나..했는데 일단 두 문제 다 80자 다 채웠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시험결과는 한 달 후에 한반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한반 사이트 메인 화면의 왼쪽 하단의 성적 검색에 수험번호와 이름,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조회 버튼을 누르면 성적을 확인할 수가 있다. 성적 확인은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 나는 11월 13일이 되자마자 한반에 접속해서 성적을 확인했다.
그 결과... 277점이 나왔다! 210점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공부한거에 비해 높게 나와서 너무 기뻤다. 특히 듣기는 스피커 상태 시망이라 많이 틀릴줄 알았는데 듣기를 제일 잘 봐서 놀랐다; 작문도 90점을 넘겼으면 좋았을테지만 공부 충분히 안 한 주제에 바랄걸 바래야지요
시험 증서는 시험일로부터 45~60일 후에 공자학원에 가서 수령하면 된다고 공자학원 사이트에 나와 있다. 45일이면 45일이고 60일이면 60일이지 45~60일 후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증서가 도착하면 연락을 주겠다는 뜻인가...? 암튼 12월쯤에 무슨 연락이 오던가 하겠지.... 증서를 찾으러 갈 때는 여권과 수험증을 지참해야 한다.
HSK 5급 2주 벼락치기해서 친 소감 세 줄 요약:
5급 단어 2,500개는 무조건 다 외우자
작문 2부분은 성룡쌤 유튜브 첨삭 영상
단어 쓰기 자신 없으면 PBT보다는 I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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